타로는 원래 점 보는 카드가 아니었다

15세기 이탈리아 귀족들의 카드 놀이가 어쩌다 점 도구가 됐을까. 한 사람의 착각에서 시작된 300년의 이야기.

타로를 처음 만든 사람들은 점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들이 원한 건 재미있는 카드 게임이었어요.

시작은 귀족들의 놀이였습니다

1425년에서 1442년 사이, 이탈리아 북부. 비스콘티·스포르차·데스테 같은 가문들이 화가에게 카드를 주문합니다. 금박을 입히고 집안 문장을 그려 넣은 호화판이었죠.

용도는 타로키(tarocchi) 라는 트릭테이킹 게임이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고스톱이나 브리지 같은 것이요. 22장의 그림 카드는 게임에서 으뜸패 역할을 했습니다. 그 카드들이 오늘날 우리가 메이저 아르카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카드들은 300년 넘게 그냥 놀이였습니다. 아무도 이걸로 앞일을 묻지 않았어요.

한 사람의 착각이 모든 걸 바꿨습니다

1781년, 프랑스의 앙투안 쿠르 드 제블랭이라는 학자가 『원시 세계』라는 책에 이렇게 씁니다.

타로는 고대 이집트의 지혜를 담은 『토트의 책』에서 비롯되었다.

멋진 이야기였습니다. 문제는 근거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본인도 그 사실을 인정했고요. 이집트 상형문자가 해독된 건 그로부터 40년도 더 지난 뒤였으니, 그가 이집트 문자를 읽었을 리도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방향이 정반대였다는 겁니다. 유럽에 카드놀이를 전해 준 건 13세기 무렵 이집트의 맘루크 카드였고, 타로는 그로부터 250년쯤 뒤에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변형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 온 건 타로가 아니라 트럼프였던 셈이지요.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근거가 없어도 상관없었습니다. 1783년부터 에테이야라는 이름의 프랑스인이 최초의 타로 점술 교본을 펴내고, 직업 타로 리더로 나섭니다.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놀이 카드가 점 도구가 되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야기가 사실보다 힘이 셌던 거예요.

1909년, 우리가 아는 그 그림

지금 우리가 보는 타로 그림은 대부분 1909년에 나온 한 벌에서 왔습니다.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가 기획하고, 파멜라 콜먼 스미스라는 화가가 그렸습니다.

스미스가 한 일은 단순히 그림을 예쁘게 그린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마이너 아르카나 56장 전부에 장면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 전까지 마이너 카드는 트럼프처럼 생겼습니다. 컵 3이면 컵 세 개가 그려져 있고 끝이었어요. 숫자와 무늬만 있는 카드로 이야기를 읽어내려면 외운 의미를 끄집어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미스는 그 자리에 세 여인이 잔을 들고 춤추는 장면을 그려 넣었습니다. (컵 3) 그러자 외우지 않아도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카드를 보고 "아, 축하하는 자리구나" 하고 느끼는 그 감각은, 이 한 사람의 선택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름이 빠져 있던 사람

그런데 이 덱은 오랫동안 "라이더 웨이트" 로 불렸습니다. 라이더는 출판사 이름이고 웨이트는 기획자입니다. 78장을 전부 그린 사람의 이름은 거기 없었어요.

스미스는 1951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말년에는 자기 작품을 내줄 출판사를 찾지 못했고, 형편도 어려웠다고 전해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카드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지막치고는 쓸쓸한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웨이트-스미스라이더-웨이트-스미스 로 부르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백 년쯤 늦은 일이지만요.


그럼 타로는 가짜인가요

"원래 게임이었다니, 그럼 다 지어낸 거네"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원이 놀이였다는 사실이 카드를 깎아내리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뒤에 일어난 일이에요. 30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이 그림들에 의미를 쌓아 올렸습니다. 절벽 끝의 젊은이가 왜 광대인지, 무너지는 탑이 왜 두려우면서도 필요한지 — 그 해석들은 누가 정해 준 게 아니라 사람들이 카드를 붙들고 살아온 시간이 만든 것입니다.

타로가 미래를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백 년 넘게 다듬어진 78개의 그림 앞에 자기 고민을 놓아 보는 일에는, 분명 쓸모가 있습니다.

그림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더 많이 보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78장 카드 도감 에서 스미스가 그린 그림을 한 장씩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