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카드가 나왔다고 사랑이 아닙니다

연애 타로에서 제일 반가운 카드. 그런데 그림 속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있지 않습니다.

연애를 물었는데 연인 카드가 나오면 분위기가 밝아집니다. 이름이 연인이고, 그림에 남녀가 있고, 심지어 하늘에 천사까지 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카드로 "잘 되겠네요"를 읽으면, 리딩이 거의 어긋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안 보고 있습니다

그림을 한 번 자세히 보세요.

남녀가 마주 서 있는 건 맞는데, 둘 다 시선이 위를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뒤에 나무가 한 그루씩 서 있어요. 여인 뒤에는 뱀이 감긴 나무, 남자 뒤에는 불꽃 모양 열매가 달린 나무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사이에 서 있는 게 아니라, 두 나무 사이에 서 있습니다.

뱀이 감긴 나무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아는 것과 모르는 것, 택하는 것과 택하지 않는 것. 이 카드는 처음부터 갈림길 그림이었습니다.

원래 이름은 '사랑에 빠진 사람' 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그림은 1909년에 나온 라이더 웨이트 덱의 것입니다. 그보다 훨씬 오래된 마르세유 덱에서 6번 카드는 꽤 다르게 생겼어요.

한 청년이 두 여인 사이에 서 있고, 위에서 큐피드가 활을 겨누고 있습니다. 청년은 어느 쪽도 바라보지 못한 채 가운데 서 있고요. 프랑스어 이름도 복수형 '연인들'이 아니라 단수형이었습니다. 둘의 사랑이 아니라, 고르는 한 사람이 주인공인 카드였던 겁니다.

영어로 넘어오면서 Lovers, 한국어로는 연인이 됐습니다. 이름이 바뀌니 뜻도 따라 읽히게 됐고요.

그래서 실제 리딩에서는

연인 카드가 연애 질문에 나왔을 때, 대개 이런 쪽입니다.

"이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에 답하는 대신, 되묻습니다. — 당신은 무엇을 고를 건가요.

고백할지 말지, 정리할지 버틸지, 이 사람인지 저 사람인지. 그리고 이런 리딩을 받는 분들은 신기할 만큼 자주, 이미 답을 알고 계십니다. 다만 고르면 잃는 게 생기니까 미루고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연인 카드는 반가운 카드가 맞습니다. 다만 "잘 되겠네요"가 아니라 "이제 정할 때가 됐네요" 라는 뜻으로요.

역방향이면 더 선명합니다. 가치관이 부딪히고 있거나, 마음이 어긋나 있거나, 머리로 아는 답과 마음이 가는 쪽이 다릅니다.

연인 카드와 소드 2가 같이 나오면 거의 확실합니다. 소드 2는 눈을 가린 채 검 두 자루를 가슴 앞에 교차해 든 그림이에요. 둘이 함께 나오면 — 선택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 눈을 감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연애에 진짜 좋은 카드는

78장 중에 "사랑"에 가장 가까운 카드를 꼽으라면, 연인 카드는 사실 순위에 들지 않습니다.

컵 2 —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잔을 들어 맞대고 있습니다. 둘 다 상대를 보고 있어요. 연인 카드의 두 사람이 위를 보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서로를 알아보는 카드예요.

컵 10 — 무지개에 열 개의 잔이 걸린 하늘 아래, 부부가 팔을 벌리고 아이들이 춤을 춥니다. 언덕 위에는 집이 있고요. 설레는 시작이 아니라 오래 간 뒤의 풍경입니다.

컵 6 — 옛 마을 뜰에서 소년이 꽃이 담긴 잔을 소녀에게 건넵니다. 다시 만나는 인연, 그리운 사람의 카드입니다.

컵 슈트가 감정을 맡고 있어서, 사랑 이야기는 대개 이 열네 장 안에서 벌어집니다. 연인 카드는 메이저 아르카나고, 메이저는 연애보다 인생의 방향을 말하는 자리예요. 애초에 다루는 층이 다릅니다.

이름에 속지 않기

타로를 읽다 보면 이름이 함정일 때가 꽤 있습니다.

죽음은 죽음이 아니고, 악마의 사슬은 헐겁고, 연인은 연애가 아닙니다. 78장이 만들어질 때 붙은 이름과, 수백 년 뒤 한국어로 옮겨진 이름 사이에는 생각보다 먼 거리가 있어요.

그래서 카드가 나왔을 때 이름을 먼저 보지 말고 그림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보고 있는지, 다른 데를 보고 있는지. 등 뒤에 무엇이 서 있는지.

그림은 이름보다 훨씬 많은 걸 말합니다. 그리고 거의 거짓말을 하지 않고요.


78장의 그림과 뜻은 카드 도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름에 속기 쉬운 다른 카드들은 무서운 카드 세 장 — 죽음, 탑, 악마에 모아 두었어요. 오늘 내 카드가 궁금하시면 오늘의 타로에서 한 장 뽑아 보셔도 좋습니다.